2011년 여름의 초입

- 새 컴퓨터의 하드 용량이 1/3정도 채워졌다.
   이제는 예전 하드의 자료를 옮겨 담아도 추억에 질식할일은 없을것이다.
   문제없다.

- 4층방이 부드럽고 따뜻한 곳이 되었다. 
   내가 들어오기를 허락한 사람들의 체취들로 가득하다.
   이제야 내 방이 되었다.

- 블로그를 깨작깨작 다시 해보기로 하였다.
   기말 레포트를 쓰던중 딴생각을 하느라 바람이 분걸수도 있지만,
   항상 기록은 중요하다.
   굳이 온라인 상에 이런짓을 하는건 자료가 날아갈 걱정도 없고 무엇보다
   누군가가 눈치채 주길 바라기 때문일것이다.

- 꿈만같은 새하얀 여름이 돌아왔다. 
   오랜만에 꺼낸 꼬마 선풍기가 힘차게 잘도 돌아간다.
   왠지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두근거리는 여름밤 냄새를 맡았다.
   이번에는 그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 버찌가 1달정도 전에 떠났다.
  부모님은 가슴에 난 종양과 귀에 고질적으로 생기는 염증, 온갖 알레르기와 지병으로
  이 눈처럼 고운 개가 고통받는것을 더이상 지켜볼 수가 없으셨던 모양이다. 
  나는 학교에 있었다.
  사진속에서 어머니 품에 안겨서 축 쳐져 있는 버찌는 여느때처럼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 할머니와 같이 있을거다. 버찌 왔니 이녀석 버찌 그만좀 핥어 이녀석.

- 밴드생활이 다시 일상속으로 스며들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식적으로 많은 것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게 달라졌다.

- 학교가 좋아졌다. 특별한 스케쥴이 없으면 학교에 간다.
   학교에 있으려면 집에 있는 컴퓨터를 대신할 노트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저 미술원이라는 곳이 그렇게 있기 힘든 곳이었건만.
   아마도 어느때건 내 얼굴을 보고 웃어주며 오래 알아온 친구처럼, 가족처럼
   나를 맞아주는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나에게 이런 버릇이 언제 생긴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처럼 무의식중에 의식적으로 크게 웃는 버릇이 있는 여자친구가 생겼다.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몇몇 사람과 틀어질 뻔 했지만 모두 잘 되었다. 잘 되어가고 있다.

- 군 복무시절 날 초조하게 만들었던 몇가지 것들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했다.
   초조해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초조해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 모든것이 예전같지 않다. 
   모든것이 변했지만 기분이 좋다. 의미없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과거형으로만 존재하는줄로 알았던 말들의 현재형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내 모든 과거형의 말들에게 고마워하기로 한다.
   너희들 덕에 내 현재형들은 상대방을 더 상냥하고 따뜻하게 대할 수 있다.
   나는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기억하고 있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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